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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로운 집오리가 야생오리 대장 되다
    취미 2019. 3. 5. 21:11

     

     

     

    우리 동네 인근에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꽤 환경이 좋은 하천이 있다. 사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의 수심이 깊어 지고 황폐화 되자 제법 많은 철새들이 찾아 오는 곳이다. 이 철새들 속에 어느날 새하얀 집오리(육용으로 사육하는 종) 한마리가 나타났다. 지난해(2018년) 7,8월경 하천이 범람할 정도로 비가 온 후 어디선가에서 홀연히 나타난 것이다. 처음에는 환경이 낯설어 인지 행동반경이 좁고 외로이 지내다가 철새가 날아 오고 나서는 철새 무리 속에 어울려 지낸다. 행동 반경도 넒어져 온 하천을 자기집 마냥 싸다닌다. 사람들이 신기해 하며 가까히 갈려고 하면 경계심 많은 철새들은 날아가고... 그때마다 집오리는 가지 말라는 듯 꽥꽥 울부짖다가 다시 조용히 홀로 지내기를 반복한다. 철새에 비해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많지 않다. 그렇게 철새 틈에 끼어(?) 산지도 어언 6개월! 이젠 철새들도 이 집오리에 익숙해졌는지 사이좋게 잘 지낸다. 어쩌면 집오리가 텃세를 부리는 대장일 지도 모르겠다. 웃기는게 먹이활동도 철새들의 흉내를 낸다. 무엇을 먹는지는 모르지만 건강 상태가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하는 행동이 귀엽고 신기해서 먹이를 주니 아주 잘 먹는다. 집에서 국물을 내고 남은 멸치를 잘라 주면 잘 받아먹고, 특히 식빵을 먹기 좋게 잘라주면 아주 아주 잘먹는다. 맛있어 죽겠다는 표정이다. 이름도 지어 주었다. '도날다'라고... 도날드에서 끝말만 바꾸었다. 멀리 있어도 '꽥꽥'하고 부르면 손살같이 헤엄쳐온다. 정말 귀엽다. 자기가 내는 소리를 내니 크게 경계심도 없이 온다. 처음에는 쭈볕쭈볕 했지만...

    밤에는 어디서 어떻게 자는지 모른다. 밤에 어떻하고 있는지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아마 철새들과 같이 잘 것으로 예상해 본다. 길고양이가 많아 걱정되지만 물가에만 있어 고양이가 습격하더라도 피할 수 있지 싶다. 문제는 계절이다. 철새가 돌아가는 계절이 오고 있어 철새들이 날아가 버리면 이 녀석이 엄청 혼란스러울 것 같다. 외로움을 잘 타는 것도 같고, 철새들과 같이 서너마리는 꼭 붙어 다니던데...여름도 문제다. 홍수라도 나게되면 낙동강으로 떠내려갈 우려가 크다. 하천이 범람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여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매일 건강삼아 나와 마누라가 걷기 운동을 하러 가면서 먹이도 주고(격일 정도로-너무 자주 주면 사람 손을 타게 되어 먹이활동을 하지않게 될까 우려되어) 잘 살고 있는지 살펴본다. 내가 야생에서 키우고 있는 애완동물이다. 밥은 주고 싶을때 주면되고, 배변처리를 하지않아도 되고, 어디 멀리 여행가더라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참으로 키우기 편한 나만의 애완동물이다. 성질 더러운 인간에게 잡혀가지 말고 길고양이만 조심한다면, 오리의 수명이 이삼십년은 된다고 하니 현재 처럼 평생  같이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오리가 좋아하는 사료도 구입하여 좀 더 업그레이드 된 먹이를 제공할려고 한다.

    오리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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