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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동안의 고독> 줄거리 및 독후감취미/책 2019. 2. 5. 19:09
우르슬라가 격렬하게 항의하고 나섰지만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판결의 번복을 단호히 거절했다. 먼동이 트기 전에 아우렐리아노 대령은 사형을 선고 받은 친구를 만나러 감옥으로 쓰고 있는 교실로 갔다. "내말을 잘 듣게나, 친구." 그는 친구한테 말했다. "자네한테 사형을 선고한 것은 내가 아닐세. 그건 혁명이 내린 결정이야." 그가 들어오는데도 모른 척 침대에 누워있던 호세라 쿠엘 몬카다 장군이 입을 열었다. "친구, 지옥에나 가버리게."
- <백년동안의 고독>
도서관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자주 눈에 띄는 제목의 책이다. 그동안 2권이라는 압박(개인적으로 단권으로 끝나는 장편-단편은 또 싫어한다.-이 좋다.)으로 읽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그러던차에 친구들이랑 간 구포도서관에선 기이한 삽화와 빤질거리는 고급 종이로 새로 나온 책이 있었다. 그리고 표지 뒷면에 온갖 찬사들을 보니, 남미의 역사와 판타지가 어우러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 아닌가! 그래서 두께의 압박 정도는 가뿐히 참아주기로 하고 책장을 펼쳤다.
처음엔 왠 가계도가 나와있는데, 이름이 하나 같이 아우렐리아노, 아르카디오 뿐이라서 굉장히 읽기 복잡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몰입되는 필체와 환상적인(미사여구가 아닌 말 그대로 환상을 그려놓은 듯한)스토리로 쉽게 집중할 수 있었다. 덕분에 그 복잡한 이름들도 어렵지 않게 외웠고 근친상간으로 꼬이고 꼬인 부엔디아 집안의 관계도 또한 머릿속에 자연스레 정리되었다.
이야기는 부엔디아집안(잘 기억나진 않지만 부엔디아라는 말은 풍요로운, 운수좋은 정도의 뜻이란다.)의 일대기이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슬라로 시작되는 이 집안의 근친상간적 관계는 집안의 전통인 마냥 계속된다. 그러다 결국 돼지꼬리 달린 아우렐리아노가 태어나고 백년동안의 고독의 결과로 부엔디아 집안은 세상 사람들에게서 완전히 잊혀지게 된다.
방탕아 기질의 아르카디오, 내성적이지만 고집불통이며 여성을 모르는듯 하면서도 후리고 다니는 아우렐리아노. 이 두 이름을 물려받은 아이는 선대가 그랬던것처럼 상기된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는다. 한때 마콘도의 실질적 권력자로 부귀영화를 누렸던 부엔디아 집안은, 두 이름을 이어받는 방탕아들로 인해 점차 망해간다. 인상 깊었던 것은, 표면적으로 방탕아로 나오는 아르카디오는 후에는 반성을 하고 조용한 세월을 보는데 반해 내성적인 아우렐리아노가 결국 집안을 뒤집고 고독속에서 생을 끝낸다는 것이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으로 부터 내려오는 이 이름은, 대령의 삶에서 그 최후를 예견하고 있다. 보수파와의 전쟁에서 23번 패하고 결국 사형대에 오르나, 천운으로 살아나 친구인 호세라를 사형한다. 죽마고우인 마르케스 대령까지 사형대에 올리는데, 결국 파란만장한 삶에 회의를 느끼고 평생 멜키아데스의 연구실에 박혀 생을 마감한다.
비슷한 패턴으로 그의 아들들도 보수파에게 쫓기는 생을살다 아버지의 집앞에서 외면당해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대의 아우렐리아노는 자신의 고모와 집안이 무너지는 것도 잊은채 그렇게 열정속에 묻혀 살아간다. 결국 집은 폐허가 되고 마을은 점차 옛 마콘도의 모습에서 멀어져간다.
그렇게 그들은 돼지꼬리 달린 아우렐리아노를 갖게된다. 산모는 출산 중 죽게되고 아이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결국 혼자 남게된 마지막 아우렐리아노는 멜키아데스가 남긴 책을 읽게 된다. 그 책은 부엔디아 집안의 역사를 예견한 것으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그는 책에서 그 비밀을 밝히고자 계속 읽어나간다. 결국 그는 자신의 고모 와 관계를 가진것을 알아내고, 책의 예견처럼 회오리 바람에 쓸려 집과 함께 사라진다. 그리고 백년동안의 고독을 겪은 이 집안을 결코 세상에 다시 나타나지 않을것이며 영원히 잊혀질 것이라는 예언과 함께 이 책은 끝난다.
한 집안의 번성과 타락을 그려놓은 방대한 스케일에도 놀랐지만, 지루하지 않게 자연스레 이어지는 이야기에도 무척이나 놀랐다. 그리고 고독이 과연 무엇인지, 그 고독에서 이들은 무엇을 느끼는지 그려냄으로써 한때의 부귀영화가 사라진 것보다 잊혀짐의 두려움과 슬픔이 인간에겐 가장 큰 절망임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 완전 강추합니다. 양장본이라 고급스럽고 관계도가 잘 정리되어있어서 보기 편해요.
세계명작이다보니 여러 출판사에서 판본이 나오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기 책이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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