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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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서울,1964년 겨울> 줄거리 및 독서 후기취미/책 2019. 2. 3. 01:27
"김형은 파리를 사랑하세요?" "예."라고 나는 대답했다. "날 수 있으니까요. 아닙니다. 날 수 있는 것으로서 동시에 내 손에 붙잡힐 수 있는 것이니까요. 날 수 있는 것으로서 손안에 잡아 본 적이 있으세요?" - 수능 공부를 한다고 고3때 수도 없이 본 작품인 서울, 1964는 겨울. 항상 짧은 지문으로만 나와서 언제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빌려보니 그 지문내용이 이 책의 전부였다. 단편소설이었던 것이다. 내용은 차가운 도시남자들의 시크한 삶.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어찌할 줄 모르는 한 남자가 대학생 두명의 술자리에 끼어들어 동행을 부탁한다. 돈을 셋이서 다 써버리자고 요구하는 남자의 간곡한 부탁에 하는 수 없이 둘은 그사람을 따라나선다. 하지만 남자가 슬픔을 공유하려고 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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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뫼르스 <꿈꾸는 책들의 도시> 2권 줄거리취미/책 2019. 2. 3. 01:21
"우리는 당신에게 또.... 누군가를 소개시키려 합니다." 단첼로트 2는 말하더니 뒤쪽의 부흐링들을 향해 눈짓을 했다. 난쟁이들이 움직이자 아주 작은 부흐링 하나가 앞으로 밀려 나왔다. 그는 연녹색 피부였는데 당황한 듯이 한 발걸음씩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이자는 대체 누굽니까?" 내가 물어보았다.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입니다." 골고가 헐떡이면서 말했다. "우리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지요." 이건, 정말 심했다. 내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우리는 너를...... 믿는다." 골고가 말했다. "너의 최초의 작품을 큰 기대를 갖고 기다리겠다." 그는 어린 부흐링의 손을 붙잡았다. 나는 몸을 돌려 아무말 없이 그림자 제왕과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 처절한 이별의 장면을 나는 더 이상 참고 볼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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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런 코벤 <영원히 사라지다> 줄거리 및 완독 후기취미/책 2019. 2. 3. 01:11
그곳 회원들 중 나이가 지긋한 시걸 부부는 1940년대, 미군 위문 협회집회 때부터 춤을 춰왔다고 했다. 그들은 매력적이고 품위 있 는 커플이었다. 시걸 씨는 항상 폭이 넓은 흰색 넥타이를 맸다. 시 걸 부인은 파란색 드레스와 진주 목걸이를 즐겨 착용했다. 댄스 플 로어에만 오르면 그들은 마법에 걸린 듯 움직였다. 진정한 연인들 처럼 춤을 추며 하나가 되었다. 휴식 시간엔 사교적이고 다정하게 회원들과 어울렸다. 하지만 다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두 사람은 오직 서로에게만 집중했다.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 2월의 어느 날 밤이었다.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클럽은 문을 닫지 않았다. 시걸 씨는 혼자 나타났다. 그는 여 전히 흰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옷차림도 흠잡을 데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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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 <순수의 시대> 줄거리 및 독후감취미/책 2019. 2. 3. 00:48
아처는 멍하니 댈러스를 바라보았다. "내가 여기 왔다고 했다고?" "네. 말하면 안되나요?" 댈러스의 눈썹이 묘하게 올라갔다. 그러다 아무런 대답이 없자 아버지 팔 아래 자기 팔을 끼고 지그시 끌어 당겼다. "어버지, 그분은 어떤 분이셨나요?" 아처는 아들의 뻔뻔한 눈길 아래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말해 봐요. 두 분은 아주 가까운 사이였죠? 마담 올랜스카는 사랑스런 분이었을 것 같아요." "사랑스러워? 그건 모르겠다. 하여간 많이 달랐지." "맞아요. 언제나 그래요! 이유는 알 수 없어요. 제가 바로 페니한테 그렇게 느끼거든요." 아버지는 아들의 팔을 풀며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페니한테? 하긴 그래야지! 하지만 내가 볼 때.." "아버지, 그렇게 노인네처럼 굴지 말아요! 그분이 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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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 와인먼 리어 <안녕하세요, 기억력> 리뷰취미/책 2019. 2. 3. 00:34
"9.11?" 조르지오 마르치티가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온 사업가다. "난 그걸 정확하게 기억합니다. 난 비행사입니다. 직업이 아니라 취미로 비행기를 조종하죠. 그날 나는 스위스 루가노에서 밀라노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비행기를 착륙시키고 비행장 건물로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는거예요. 경찰도, 세관원도, 아무도 없었어요. 아무도! 난 놀랐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탈리아 국민이라도 해외에서 돌아올때는 반드시 여권을 제시해야 하거든요. 난 생각했죠.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그때 한곳에 사람들이 모여있는게 보였어요. 경찰관까지 모두 거기 모여 있더군요. 다들 서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어요. 나는 그쪽으로 가서 누군가에게 말을 붙였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그때 나는 보았어요. 모두가 충격을 받은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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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 교코 <무서운그림 -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취미/책 2019. 2. 3. 00:28
그렇다. 우리는 이 보도 위에 서 있다. 짙은 안개 속을 어딘지도 모른 채 헤매어 걷다가 여기에 이른 것이다. 눈 앞에 홀연히 나타난 거리를 두고 어딘가에 단단히 묶이기라도 한 듯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건 두렵다. 한 발 내딛으면 나라는 존재 자체가 이 환상의 거리에 함께 녹아 사라질 것만 같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다. 강렬한 죽음의 기운에 붙들려 눈도 깜빡이지 못한 채 그저 꼼짝 못하고 서 있을 뿐. 이 불가사의한 파스텔화는 플랑드르의 도시 브뤼헤를 그린 것이다. 하지만 실제 모습 그대로는 아니다. 이 건물은 단호하게 사람을 거부하고 있다. 창문은 모두 굳게 닫혀 있고 짧은 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현관문에는 어디에도 손잡이가 없다. 정면 현관 뿐 아니라 지하실로 통하는 문도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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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과 불의 노래 3부 <성검의 폭풍 1> '카스타미르의 비'에 얽힌 사연취미/책 2019. 2. 3. 00:19
#1. 거만한 영주가 말했지. 당신은 누구이길래, 내가 그렇게 허리 숙여 절해야만 하오? 그저 털색깔이 다른 고양이일 뿐, 그게 내가 아는 전부라네. 털이 황금색이든 붉은색이든 사자에겐 여전히 발톱이 있다오. 또한 내 것도 길고 날카롭다오. 당신의 것만큼 길고 날카롭다오. 그렇게 그는 말했지 카스타미르의 영주가 말이오. 하지만 지금 그의 집에는 비의 흐느낌뿐. 아무도 듣는 이 없는 그곳에는 비의 흐느낌만 있을 뿐. 그래, 듣는 이 하나 없이 텅 빈 채. #2. 자이메는 껄껄거리며 웃었다. "그 고귀하신 윈터펠의 영주께서 나의 빈약한 해명을 들어줄 거라 믿소? 참으로 명예로운 인물이지. 나 따위는 그의 눈길 만으로도 유죄가 되고 만다오." 그가 욕조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슴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이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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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리쿠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독후감취미/책 2019. 2. 2. 23:59
"1964년..." "도쿄올림픽....." 아키라와 시게루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렇군. 이것이 성불한다는 거군." 두 사람은 비틀비틀 걷기 시작했다. 아직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쇼와 39년이라. 고도성장기의 절정기겠군." 문득 아키라가 중얼거렸다. "과연 그렇군. 신주쿠 클래스가 쇼와사 공부를 한 이유를 이제 알겠어." - 온다 리쿠 소설은 처음 접하는 데, 명성만큼이나 재밌게 읽었다. 일본 문화에 박식한 사람은 더 재밌게 읽을만한 내용이었다. 책의 내용은 약간 오타쿠스러운 SF이다. 핵전쟁으로 황폐화된 지구에 일본인만이 남아 핵폐기물을 처리하는데, 이 위험천만한 고급인력을 육성하는 곳이 '대도쿄고등학교'. 아이돌 스타와 같은 출중한 미모를 지닌 소년 '시게루', 격투달인 '아키라'와 그의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