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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리쿠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독후감취미/책 2019. 2. 2. 23:59
"1964년..."
"도쿄올림픽....."
아키라와 시게루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렇군. 이것이 성불한다는 거군."
두 사람은 비틀비틀 걷기 시작했다. 아직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쇼와 39년이라. 고도성장기의 절정기겠군."
문득 아키라가 중얼거렸다.
"과연 그렇군. 신주쿠 클래스가 쇼와사 공부를 한 이유를 이제 알겠어."
-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온다 리쿠 소설은 처음 접하는 데, 명성만큼이나 재밌게 읽었다. 일본 문화에 박식한 사람은 더 재밌게 읽을만한 내용이었다.
책의 내용은 약간 오타쿠스러운 SF이다. 핵전쟁으로 황폐화된 지구에 일본인만이 남아 핵폐기물을 처리하는데, 이 위험천만한 고급인력을 육성하는 곳이 '대도쿄고등학교'.
아이돌 스타와 같은 출중한 미모를 지닌 소년 '시게루', 격투달인 '아키라'와 그의 친구들이 학교를 탈출하기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기괴하고 위험한 학기말 테스트를 거쳐 학생들은 클래스가 나뉘게 된다. 이 중 교칙에 반항하는 학생, 체제에 의문을 품는 학생들이 '사상범'으로써 격리되어 관리되는 '신주쿠 클래스'의 활동에 소설의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아이들은 대도쿄고등학교의 인권유린적 수업 (신주쿠 클래스는 지뢰 제거가 수업을 대체함)을 견디다 못해 탈출을 감행한다. 소설에서는 탈출을 '성불'로 표현하고 있다. 결말부분에서 아이들은 추격자를 피해 폭포 아래로 뛰어내리는데, 눈을 떠보니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훨씬 이전인 1964년의 일본에 도착해 있었다. 내 생각엔 '죽음을 통해 가상현실시스템에 녹아드는 것' 또는 '과거로의 타임워프'정도로 보이는데 작가가 굳이 '성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과 작가의 말에서 '비극적인 결말'이라는 언급이 있는 것으로 보아 가상현실 속이든 주인공들이 죽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소설은 답답하고 암울한 사건을 만화스런 설정과 대사를 집어넣어 유머러스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덕분에 꽤 두꺼운 책임에도 편하게 속도를 내어 읽을 수 있다. 소설임에도 만화같은 설정에 약간은 거부감이 들었지만 그것도 익숙해지고 나니 무척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SF소설은 크게 좋아하지 않는데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결말의 해석도 독자 나름 생각해 볼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라이트노벨 스타일의 SF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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