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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과 불의 노래 3부 <성검의 폭풍 1> '카스타미르의 비'에 얽힌 사연취미/책 2019. 2. 3. 00:19
#1.
거만한 영주가 말했지. 당신은 누구이길래,
내가 그렇게 허리 숙여 절해야만 하오?
그저 털색깔이 다른 고양이일 뿐,
그게 내가 아는 전부라네.
털이 황금색이든 붉은색이든
사자에겐 여전히 발톱이 있다오.
또한 내 것도 길고 날카롭다오.
당신의 것만큼 길고 날카롭다오.
그렇게 그는 말했지
카스타미르의 영주가 말이오.
하지만 지금 그의 집에는 비의 흐느낌뿐.
아무도 듣는 이 없는 그곳에는
비의 흐느낌만 있을 뿐.
그래, 듣는 이 하나 없이 텅 빈 채.
#2.
자이메는 껄껄거리며 웃었다.
"그 고귀하신 윈터펠의 영주께서 나의 빈약한 해명을 들어줄 거라 믿소? 참으로 명예로운 인물이지. 나 따위는 그의 눈길 만으로도 유죄가 되고 만다오."
그가 욕조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슴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이 차가웠다.
"어떤 권리로 늑대가 사자를 심판한단 말인가? 무슨 권리로?"
그가 발작을 하듯 온몸을 떨었다.
#3.
"캐스틀리 록이라고?"
그는 단호하면서 쌀쌀맞고 무감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절대 안 돼."
그 말이 실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런 대답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티리온이 마음속으로 말했다. '자이메 형이 킹스가드에 들어간 지도 18년이나 흘렀습니다. 그런데도 난 한 번도 이 문제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진작에 그랬어야 했어요. 진작에 말입니다.'
"왜죠?"
그가 직접 묻긴 했지만 그 질문을 후회하리란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네가 그걸 요구해? 네가? 세상에 나오면서 누가 네 어밀 죽였느냐? 넌 불구이고, 사악하며 시기와 탐욕과 추잡한 교활함만 가득 찬 못된 생명이야. 인간의 법에 따라 너에게 내 이름을 달고 뻐길 수 있는 권리를 줬기에. 그후 난 네가 내 자식이 아니라고 할 순 없엇어. 신들은 내게 겸손의 미덕을 가르치기 위해 제 할어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입었던 당당한 사자 문장이 있는 옷을 입고 기우뚱기우뚱 걷는 널 보게 하셨다. 하지만 신도 사람도 어느 누구도 캐스틀리 록을 네 갈보집으로 만들게 내버려두도록 날 강요할 순 없다."
- <성검의 폭풍1>
이 음악이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즌3의 시청률 폭발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미국 본토를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렸던 '피의 결혼식'에서 사용된 음악인 것은 아마 드라마 팬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드라마만 보는 분들은 원작의 디테일과 설명이 빠져서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배경음악인지, 스타크 가문은 또 왜그렇게 맥없이 몰살당했는지 어리둥절 할 것이다.
"웨스테로스에는 집주인이 손님을 자기 집에 있는 동안 보호할 의무인 접대의 율법(the laws of hospitality)' 이 있다. 이걸 실패하거나 저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직접 위해를 가하거나 살해하는 것은 엄청난 금기. 집주인이 이 안전에 대한 손님의 권리인 'Guest Right'를 깨는 것은 왕을 수호하기로 맹세한 킹스가드가 왕을 살해하는 것보다 더한 죄이며, 친족을 죽이는 것과 동급의 죄로 치고 있다. 롭 스타크가 이 피의 결혼식에서 완전히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이유 중 하나는 프레이 가문이 이 금기를 깰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때문이었다 " - 엔하위키 미러 참고.
또한 피의 결혼식에서 프레이가의 악사들이 비극의 장을 여는 신호로써 연주한 음악은 '카스타미어의 비'라는 곡으로 라니스터 가의 비공식적인 가문의 노래이다. 흥겨워야 하는 결혼식에서 갑자기 분위기를 바꾸어 장송곡으로나 어울릴 음산한 배경음악이 깔리고 뭔가를 눈치 챈 캐틀린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데, 이 장면은 알고 보면 더욱 소름돋는 장면이다. 캐틀린의 표정이 그러했던 이유는 이 곡이 라니스터 가문의 노래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결혼식에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곡에 얽힌 사연 때문.
서부의 관리자 라니스터 가문과 맞먹는 거대 가문이었던 카스타미어 성의 '레인(House Reyne)'가문은 티윈 라니스터가 캐스틀리 록의 영주가 되기 전, 티윈의 무능한 아버지에게 반란을 일으킨다. 이때 티윈의 아버지는 방에서 벌벌떨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티윈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레인가를 몰살해버린다.
레인가의 문장은 회색 바탕에 붉은 사자. 라니스터의 문장은 붉은 바탕에 황금 사자.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붉은털과 노란털의 고양이는 두 가문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모두가 죽어버린 성에 빗소리만 흐느낀다는 부분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가겠지만, 얼마나 철저하게 짓밟아 버렸는지 레인가는 멸족. 레인가를 따르던 가신들도 모조리 처형된다. 세르세이의 회상에 따르면 여름 내도록 반란자의 시체를 캐스틀리 록의 성벽에 매달아 뒀다고 한다.
이 사건을 음유시인들은 레인가의 입장에서 아주 구슬프게 부르고 다녔는데, 그게 바로 '카스타미어의 비'. (비를 뜻하는 rain과 레인가문 reyne의 발음이 동일하여 카스터미어의 레인가문으로도 들림).
라니스터 가문의 힘과 권위를 상징하는 동시에 화려한 영웅담보다는 철저한 응징에 초점을 두고 있어 그들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라니스터 본인들도 마음에 드는지 이곳저곳에서 사용하고 있다.
(ex.상대의 항복을 권고할 때 말없이 이 곡을 연주한다)
생각해보면 레인가문이 사라졌듯, 표면적으로 스타크 가문도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첫째 롭은 결혼식에서 끔찍하게 살해당했고 세븐킹덤 사람들은 브랜과 릭콘은 테온에게 죽임 당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아리아는 행방불명. 산사는 티리온과 결혼함으로써 라니스터의 이름을 갖게되었다. 존은 서자로 '스노우'라는 성을 사용.
드라마 곳곳에도 이미 여러번 등장을 했다. 브론이 술집에서 부르기도 하고, 티리온이 휘파람으로 부르기도 하고, 스타니스가 킹스랜딩에 진군했을때 세르세이가 독약을 마시려는 찰나 티윈의 군대가 극적으로 성에 당도할때 장엄히 깔린 배경음악도 이 곡이다.
번역 문제로 이야기가 많았는데 재번역 하여 출간되었네요!
개인적으로 얼불노의 대서사시 중에서 제일 긴장감있고 재밌었던 파트가 아니었나 싶어요.
예스에서 35100원에 판매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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