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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R.R.마틴 <얼음과 불의 노래 4부 까마귀의 향연1 >취미/책 2019. 2. 2. 23:23
#1. '돌아가시긴 했지만 아버지의 얼굴에는 기품이 서려있어.'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입매만은......' 티윈 경의 입꼬리는 약간 위로 올라가 잇었는데 그래서 조금 멍한 느낌을 주었다. 또한, 눈을 감고 있었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담녹색에 금빛 반점이 흩어진 채 빛을 발하는 듯한 티윈 경의 두 눈은 보는 이가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의 두 눈은 상대를 꿰뚫어 볼 수 있었고, 상대가 얼마나 나약하고 쓸모없고 추악한지를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었다. 그녀는 불쑥 옛날 일이 떠올랐다. 여름날의 잔디처럼 파릇파릇했던 소녀 시절, 아에리스 왕의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궁정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었다. "금이 필요하다면 전하께서는 티윈 경을 전하의 요강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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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추천, 무라카미하루키 <상실의 시대> 독후감취미/책 2019. 2. 2. 23:09
그런 압도적인 석양 속에서 나는 문득 하쓰미 씨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때, 그녀가 일으켰던 내 마음속의 소용돌이가 무엇이었던가를 이해했다. 그것은 채워질 수 없었던,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채워질 수 없을 소년기의 동경과도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타오르는 듯한 순진무구한 동경을 벌써 까마득한 옛날에 어딘가에 잊어버리고 왔기에, 그런 것이 한때 내 안에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오랫동안 잊어버린 채 살아온 것이다. 하쓰미 씨가 흔들어놓은 것은 내 안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나 자신의 일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거의 울어버릴 것 같은 슬픔을 느꼈다. 그녀는 정말이지 특별한 여자였다. 누군가가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구원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나가사와 선배도 나도 그녀를 구원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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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으로 미투당한 작가 박범신 『은교』 완독 후기취미/책 2019. 2. 2. 22:00
88p. 불 꺼진 이층 방에 돌아누워 있는 선생님과 어두운 아래층 주방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나 사이가 영원처럼 멀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나의, 나의 선생님..... 이라고 나는 중얼거렸다. 그러자 갑자기 콧날이 시큰해졌다. 내 몸이 다음 순간 바닥을 알 수 없는 우물 밑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찢어지는 듯 가슴이 아팠다. 나는 가만히 쭈그려 앉아서 주먹으로 눈물을 씻었다. 234p. 슬픔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눈물로 덜 수 있는 슬픔이고, 다른 하나는 눈물로도 덜 수 없는 슬픔이다. 내가 만날 그날 밤의 슬픔은 후자였다. 367p. "그럼 조찬모임, 다녀오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순간 내 몸이 불끈 하고 들렸다. 그것은 나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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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관람 후기취미/영화 2019. 2. 2. 14:29
★★★★☆ 영화는 먼저 재미있어야 한다. 그런점에서 이 영화는 점수를 따고 간다. 내용이 교육적이고 훌륭하다 한들 재미가 없다면 본래의 목적과는 거리가 생기게 된다. 사람들이 보지 않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쓰레기가 되어 버릴 가능성이 크다. 극한직업은 재미 있어야 한다는 영화 본연의 명제에 충실하였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을만 하다. 여운이 남는다든가 감명 깊었다 라든가 하는 수식어와는 거리가 있지만 보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윘다면 할 걸 다 한거라고 보면 되지않는가. 영화 내용이 엉터리 임에도 박수 갈채를 강요당하는 시대도 아니고 (독점된 편협한 매스미디어, 정보 획득의 한계, 시대상황의 어눌함 등) 다양성이 존중, 권장되는 세상에 이런 류의 영화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경찰관들이 박봉과 ..